선교한국 2016 아트콜라보 예배: CO-CREATION​

2016. 8. 25. 14:16 - Arts in Mission Korea

예배와 식탁

문화를 초월한 성경적 예배의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함께 하는 식탁의 모습일 것이다. 성경적 예배는 식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레너드 스윗은 그의 저서 태블릿에서 테이블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독교 이야기는 강대상이나 재단, 책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추억을 공유하고 음식을 나누는 식탁에서 형성된다."

"초기 기독교 예배가 형성된 자리도 식탁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셨고, 부활 후 식사를 함께하셨다."

"식탁은 사람들에게 음식만 주는 곳이 아니다. 이야기와 추억으로 관계를 쌓는다. 상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의 기억, 특히 소리, , 냄새, 질감, 모습 같은 오감의 기억을 말하며 관계를 쌓는다."


이처럼 식탁 예배에는 얼굴을 마주하는 친밀함, 음식을 나누는 풍성함, 이야기를 나누는 공유 경험이 있었다.

 

만찬에의 초대

예배를 만찬에의 초대라고 생각해 보자. 만찬을 열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초대한 호스트 혼자 모든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들은 와서 준비된 음식을 먹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이 각자 만찬에 적합한 음식을 하나씩 마련해 오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인도 사람, 한국 사람 할 것 없이 손님들 각자 집에 있는 재료를 가져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요리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퓨전 메뉴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CO-CREATION

예배를 기획하고 인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예배기획자 또는 예배인도자를 만찬을 연 호스트라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방식처럼 그는 자신이 모든 요리를 준비하고 회중에게 자신이 기획한 예배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혼자 준비하고 인도하고 책임지는 예배다. 회중은 이번에도 큰 은혜를 경험하고 매번 감동을 선사하는 메인 셰프인 예배인도자를 칭찬하며 다음 예배를 기대하게 된다. 

두 번째로 예배인도자는 예배팀 구성원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 후 각자 잘하는 것으로 기여할 것을 요구한다. 싱어들에게 권위를 부여해 수동적으로 노래만 부르는 것을 넘어 한 곡을 책임지고 인도하도록 한다. 전문 연주자가 있는 경우, 악기 솔로를 넣어 연주자의 전문성이 빛을 발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각자 형편에 맞게 집에 있는 재료를 가져와 함께 요리해 먹는 경험에 비할 수 있는 ‘co-creation’이다. 선교 역사에서 선교사들은 대부분 선교지에 복음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방식까지 전수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특정 민족이나 지역의 예배문화가 다른 민족이나 지역의 예배문화보다 월등하지 않으며, 하나님은 모든 민족이 주류 문화로 편승하여 예배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이다. 요한계시록 79절은 마지막 때 모든 민족과 방언이 함께 예배하는 장관이 펼쳐지며, 2126절은 사람들이 만국의 영광과 존귀를 가지고 그곳에 들어갈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하나님께서 문화적으로 다양한 예배를 원하며 완성해가시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든 문화 안에는 이미 하나님을 예배하기 충분한 모든 요소가 있다"는 종족예배학자(ethnodoxologists)들의 의미심장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성경 번역과 보급을 하는 국제단체들이 모인 컨퍼런스에 예배팀으로 참석했다. 우리 팀은 여러 언어와 다양한 리듬의 노래를 인도하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전 세계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보급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만큼, 그것이 완성된 날의 예배를 꿈꾸며 찬양하는 감격스러운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 시작 얼마 전, 진행팀은 우리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만 찬양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우리는 놀라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세 언어는 식민지 시대의 주류 언어였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는 우리 것을 일방적으로 던지고 오는 예배가 아니며, 문화적 우월성으로 접근하는 예배도 아니다. 선교적 예배는 각자의 모습과 형편대로 있는 것을 가져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는 co-creation 예배이다.

 

선교한국 2016 대회 아트콜라보 예배팀 이야기

선교한국 2016 대회를 준비하며 아트콜라보 예배팀이 결성되었다. 선교대회인 만큼 처음부터 co-creation적 접근을 하고 모델이 될 만한 예배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싶었다. 주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해금병창, 무용수, 재즈피아니스트, 영상기획자, 싱어 등 다양한 예술가와 기획자가 모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천여 명의 한국인과 백 명 이상의 외국인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앞에 서는 사람들만이 아닌 모든 참가자가 예배에 참여하도록 동원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선교한국'인만큼 한국적이면서도, 백 명이 넘는 외국인 참가자가 이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환대받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예배 형식과 스타일의 모든 모호한 경계를 명확하게 해주는 예배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배기획에는 늘 익숙함과 낯섦, 안정과 불안정 사이의 긴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경은 예배 형식과 스타일에 대해 생각보다 훨씬 큰 자유를 우리에게 허락하고 있다. 선교한국대회의 주제인 '그런즉 우리도'를 묵상하는 가운데, 팀 안에서 예배기획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 인도자뿐 아니라 싱어들이 한 곡씩 맡아 송폼(song form)을 만들어 예배인도를 한다.

- 해금병창도 해금을 연주하며 직접 예배인도를 한다.

- 성경 봉독은 입체적으로 인도자, 싱어, 회중이 함께 한다.

- 자막은 외국인을 고려해 영어로도 제공한다. 외국어의 경우 필요하면 발음을 표기한다.

- 무용수가 주제를 묵상하며 떠올린 몇 가지 모티브에 맞춰 인도자가 선곡하고, 무용으로 시작해 회중찬양으로 연결한다.

- 성경 봉독을 해금병창이 시조창으로 한다. (골로새서 120)

- 민요 아리랑을 개사한 찬송가를 부른다.

- 한국 찬양을 영어로도 부른다. (비전)

-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찬양을 부른다. (스와힐리어, 아랍어, 중국어 등)

- 외국인 참가자로 다민족 합창단을 구성해 각자의 언어로 부르게 한다.

- 회중을 모두 합창단으로 만들어 여러 언어로 된 찬양을 나눠 부르게 한다.

- 영상, 댄스, 음악, 조명이 스토리텔링을 하도록 통일성을 추구한다.

 

존중과 신뢰, 그리고 위험부담

선교한국 대회의 아트콜라보 예배팀은 예술적이거나 혁신적인 예배를 기획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선교적인 예배가 되도록 고민했다. 선교적이란 게 무슨 뜻일까? 외부 도움 없이 완전하게 행복하셨던 삼위 하나님께서 그 사랑과 기쁨을 흘려보내고자 온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세상이 타락하자 삼위 하나님은 인류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팀으로 동역하시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 일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선교는 다가가고자 하는 상대의 문화로 옷 입으시는 성육신, 낮아짐, 겸손, 적극적 환대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완벽한 흐름, 매끄러운 진행, 트렌디한 문화, 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도자. 이런 것들이 예배를 상징하고 있다면 우리 예배는 더욱 선교적이어야 한다. 선교적 예배란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예배이다. 선교적 예배란 모두가 기여하는 예배이다. 선교적 예배란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에 열려있는 예배. 선교적 예배란 하나님의 개입이 가능한 예배. 선교적 예배란 현지인이 자기 신학과 자기 예술로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는 예배.

 

이런 예배에는 상호 문화와 예술적 표현에 대한 존중이 있다. 이 존중은 문화는 달라도 동일하게 내주하시는 성령의 다스림을 받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상호존중은 서로의 문화에 열린 마음과 태도를 보이게 하며, 리더십을 공유하게 한다. 이런 예배는 다양성 안에서의 하나 됨, 익숙하지 않은 퓨전과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형식을 띠기도 한다. 선교적 예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스타일이 아니라 방향이다.

 

물론 책임자로서 co-creation 결과에 대한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나 역시 이번에 처음으로 무용수와 예배를 기획하며 무용수가 맡은 부분의 예배를 직접 주도하도록 권위를 부여했다. 이는 내가 가보지 못한 영역을 더 이해하게 해주었다. 무용은 글(text)이 없는 예술인만큼 해석에 다양함이 존재하는데, 예배에서 창조성이 명확함을 앞지르면 혼란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예배공동체에는 여전히 글(text)이 없는 곳이 많다. 글이 없지만 이야기로 예배하는 구전(oral) 문화권의 사람들이나 귀가 들리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역시 그들만의 소통 방식으로 예배한다. 얼마 전 앞을 보지 못하고 귀도 들리지 않는 예배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오직 손끝의 감각을 통해 예배하고 있었다.

 

누가 예배 전문가인가?

우리는 익숙한 예배를 안전하게 생각하고 선호한다. 그러나 그 익숙함은 그저 내 문화일 수 있고, 그 문화의 울타리 밖에 거하는 이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선교적 예배는 고여 있지 않고 흘러간다. 낮은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변두리로 흘러가는 예배는 익숙한 예배일 수 없다. 선교적 예배는 우리를 낯설고 불편한 곳으로 인도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은 새로운 예배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주는 예언자들일 수 있다. 이번에 함께 예배를 기획한 무용수의 묵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나는 이 무용수의 예배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통해 예배와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Co-creation은 예배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의 치욕을 짊어지고' 라는 주제를 묵상하며 안무한 수요일 작품.

손을 꼭 하늘로 뻗지 않아도 하나님을 표현할 수 있고두 팔 벌려 몸으로 십자가를 만들지 않아도 십자가를 느낄 수 있고밧줄로 묶었다 풀지 않아도 자유해짐을 춤출 수 있다동작에 갇히지 않고, 역할과 스토리로 설명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예수님의 십자가 지심, 그를 따라 치욕을 짊어지는 것, 쉽지 않지만 그것이 진정 우리를 자유하게 하는 것이라는 묵상을 움직임 그 자체로 감각화 하고 싶었다."

"춤은 연극이나 무언극처럼 이야기를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움직임이 아니다춤은 언어적 의미전달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춤은 말 이외에 모든 표현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춤의 단점이면서 장점이고 힘이다일반적으로는 말로 성경을 풀어내는 것이 당연하고 가장 강력하다 생각하지만,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을 말 이외에 모든 표현 요소를 포함한의미전달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춤으로써 드러내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정말 기쁘다."

"'발레'라는 도구가 아름다우신 하나님을 드러내기에 참 잘 알맞은 도구가 아닐까 생각한다나의 아름다움이 조금이나마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다면."

-김미레 (http://blog.naver.com/bymr0910)


삼위 하나님의 CO-CREATION

Co-creation은 하나님께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co-create하신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사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co-creation이다. 삼위 하나님은 영원히 사랑하며 동역하는 공동체로 존재하신다. 그 하나님을 예배하는 우리의 방식도 co-creation이 될 때, 우리는 더 신비하고 놀라운 예배와 예배 공동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선교한국 대회 아트콜라보 예배팀의 마지막 예배는 모든 회중이 각기 다른 언어와 음역으로 아카펠라 합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 순간이 참으로 감격스러웠던 이유는 다양성 안에서 하나 되어 그리스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영원한 나라에서 함께할 예배의 리허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록 그곳은 여전히 무대와 관객이 나뉜 공연장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 가족이 그리스도가 베푼 만찬 식탁에 둘러앉은 순간 같았다.



참고 도서

레너드 스윗, 태블릿에서 테이블로, 예수전도단, 2015

 

: 김재우(프로스쿠네오)

편집: 장지혜

사진: 신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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