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년 전 루마니아에서 현지 교회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성가대와 큰 규모의 악기 연주팀이 강단 좌우에 있어 인상 깊었고, 예술 활용이 적극적인 건가 싶었죠. 그러나 막상 현지 문화와 예술을 리서치하며 들어보니, 그 나라 주요 교단과 대부분 교회는 무척 보수적이라서 찬양하다 손을 드는 것도 안 되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정해진 형식과 성가대 외에 다른 예술 형식은 허락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예배 중에 박수를 치는 것도 안 된다 하고, 물어보니 "춤" 자체를 죄로 여기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교대회에서 아트인미션 특강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특강 시간에 예술을 전공했거나 예술을 활용하는 선교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을 만났어요. 참가자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하기 원하는 사람들이라 얼마나 귀하고 반갑던지요.
2.
루마니아만의 이야기는 아니죠. “노래는 불러도 되지만 다른 장르의 예술은 허락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과 교회들이 세계 여러 곳에 있습니다. 문화 차이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보수적인 교회 분위기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 번 상상해봅니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성경 속 메시지를 다양한 예술로 표현하게 되면 어떨까요? 예배 중 드리는 찬양과 우리의 기쁨∙감격∙감정 등을 노래뿐 아니라 그림, 춤, 드라마, 낭독, 디자인, 사진, 영상, 스토리텔링, 시와 글 등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3.
얼마 전에 예배 사역 단체인 어노인팅에서 비대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매년 하던 오프라인 예배 캠프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인데요. 3일 동안 진행된 이 온라인 예배 캠프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찬송 중간에 등장한 춤과 드라마였습니다. 다양한 예술적 언어를 통해 예배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
창조 이야기를 노래함에 앞서 무용수들이 “혼돈”이라는 주제를 표현합니다. 불투명한 천 속에서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창조 직전의 세계를 상상하도록 만들더군요. 이어지는 노래 "참 아름다워라"의 도입부에서 세 명의 무용수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잘 디자인된 조명과 더불어 찬송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성경 구절 및 본문과 함께 펼쳐진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사단의 음성”은 성경 구절을 현실적으로 구체화했고, “베드로” 이야기는 성경 속 장면을 눈 앞 화면에 재현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두 드라마는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4.
예배 안에 “예술적인 언어”가 다양해질 때, 예배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그분의 이야기를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리, 그 신비한 의미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술의 역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_ 파울 클레 (Paul Klee; 독일 출신, 스위스 화가)
성경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상상력으로 우리 예배와 삶에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기대하는 그리스도인 예술가들을 만나 함께 상상하고 싶습니다.
글: 김드보라 (예술선교사, 아트인미션 코리아 대표, A.C.T. International 소속 선교사, Arts advocate)
사진: 김드보라 / 어노인팅 예배캠프(www.youtube.com/user/anointingmin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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