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빛나는 예술

2021. 1. 13. 19:29 - Arts in Mission Korea

지난 가을에 한강 주변을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습니다. 아주머니 몇 분이 (아마도 동호회인 듯한데) 화판을 펼쳐 놓고 강과 주변 경치를 그리고 있었는데요. 표정과 붓질하는 손길이 사뭇 진지해 보였습니다.

코비드-19로 인해 소수의 사람이 거리를 두고 앉아 그리는 모습이긴 했지만, 바이러스 여파로 위축되어 있던 분위기에서 발견한 장면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술이 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얼마 전에 읽었던, 일상 속에서 이웃의 삶에 깊이 들어간 예술가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Horia Manolache는 샌프란시스코에 베이스를 둔 사진가인데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노숙자가 많은 도시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에겐 그리 명예로운 타이틀로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Horia는 예술가입니다. 그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사진가로 일하면서 가졌던 가장 큰 질문은어떻게 사진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였어요.”

 

좋은 질문은 좋은 대답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질문 끝에 '사진이 사고방식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진가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활용하기로 합니다. 그는 노숙자들에 대한 오해와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The Prince and the Pauper>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옮겨보자면, ‘왕자와 거지쯤 되는 제목입니다.)

 

노숙자마다 두 가지 종류의 사진을 찍었는데 하나는 노숙자 현재의 모습을,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꿈꾸는 직업(the career of his or her dreams)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Horia는 사진을 찍는 데 그치지 않고, 노숙자들이 자신의 이상적인 직업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는 경험할 수 있도록, 음식 · 돈 · 의복 · 안전한 잠자리 등을 제공했습니다. 그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죠.

 

그렇게 찍은 사진 - 노숙자들의 현재와 이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Horia 이 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눈에 보이는 현재 모습으로만 판단할 땐 결코 볼 수 없는, 한 사람의 가능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가 사진을 통해 노숙자에 대한 견고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고자 했던 의도가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에 탄자니아에서 여성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세미나 마지막 날, 참가자들의 사진 초상화를 찍기 위해 현지 여성들에게 각자의 꿈을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사업가, 디자이너, 모델 등이 되고 싶다고 쑥스러운 듯 말하더군요.

그들에게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 모습을 상상하며 포즈를 취해보라"고 격려했습니다. 처음의 쑥스러움은 간 곳 없고, 그들은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 있게 포즈를 취했답니다. 그때 그 여성들이 보여준 즐거움과 환호, 기대감, 당당함 등이 사진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은 참가자들 중 일부)

 

지금도 이 사진들을 보면, 당시 여성들이 보여준 설렘과 들뜬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군가 물어봐주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을 뿐, 각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모두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디 이 여성들이 환경과 상황에 지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꿈을 꼭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예술의 힘을 믿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유명한 예술가가 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다양한 예술을 통해 우리 인생이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예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인 예술가들이 이 믿음을 가지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꿈꾸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한 풍성함을 더 많이 맛보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글: 김드보라 (예술선교사, 아트인미션 코리아 대표, A.C.T. International 소속 선교사, Arts advocate)

사진: Horia Manolache (관련 글 출처: mymodernmet.com/horia-manolache-the-prince-and-the-pauper/?fbclid=IwAR3G0NxdxWufGT2sjG74dne0ayi1X9EE8O-skQQsLSK_4SpkkUb3UIIln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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